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지금도 내 마음 속에는 강물이 흐르고

산중산담 2018. 4. 26. 20:54

 

지금도 내 마음 속에는 강물이 흐르고

 

오래 전 일입니다.

2002103, 초사흘 새벽에

난 생 처음으로 컴퓨터 자판을 한 자 한 자 두드려

한 편의 글을 완성했고, 처음 쓴 편지를 몇 사람에게 보냈습니다.

그 때 보낸 글이 강물이 흐르듯 내 마음도 흐르고였습니다.

강물이 흐르듯 내 마음도 흐르고

강물 소리 듣기

친구여 강은 여러 가지 소리를 갖고 있군요!

무척이나 많은 소리를 말이오. 강은 왕자의 목소리, 전사의 목소리, 황소의 목소리, 밤에 우는 새의 소리, 산모의 목소리를 갖고 있으며, 또한 그것은 탄식하는 자의 목소리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밖에도 다른 수천의 소리를 갖고 있는 게 아닐까요?"

바스테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강물의 소리 안에는 삼라만상의 목소리가 다 깃들어 있지요"

그가 강가에서 배운 것은 기다리는 것과 참는 것과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중에서

그렇습니다. 하나의 일에 마침표를 찍은 뒤 삶이 환희나 기쁨이 아니고 삶이 팍팍해서 슬픔이 강물처럼 밀려올 때 강가에 나가 싯다르타처럼 흐르는 강물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일입니다.

강은 처음엔 그대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대가 강과 하나가 될 때, 그 강은 스스럼없이 그대에게 말을 건넬 것입니다.

"잘 왔네 친구여" 그대 어깨 두드리며 그대의 영혼, 깊숙히 강은 스며들 것입니다.

"강을 보라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 근원인 바다로 들어가지 않는가"라고 외치는 니체의 목소리가 잔잔한 강물에 파문을 일어도 그 강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흐르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누구냐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다

미친 듯이 소리쳐 옛 사람에 물어보자

옛사람도 이랬더냐, 이게 아니더냐,

산아 네 말 물어보자.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이냐,

그림자는 돌아다봤자 외로울 따름이고,

갈림길에서 눈물 흘렸던 것은 길이 막혔던 탓,

삶이란 그날, 그날 주어지는 것이었으며

살아생전의 희비애락은 물 위의 물결 같은 것,

그리하여 말하지 않았던가,

이룩한 미완성 하나가 여기 있노라고

혼이여 돌아가자 어디인들 있을 데 없으랴.

매월당 김시습의 시 한편이 가슴을 후비고 지나가는 가을밤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강물같이 흐르고 흘러 간,

20181월 초 사흘, 강에 대한 열망이 모이고 모여,

청와대에 한 장의 청원서를 보냈습니다.

남한의 5대 강에 박물관을 만들고, 5대 강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5대강을 한 발 한 발 걸어서

모든 국민들에게 자기 지역을 흐르는 강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한국의 강이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지기를 갈망하는

마음을 가지자고,

우리 땅 걷기 이름으로 국민청원 방에 제안하였습니다.

이 생각이 돈키호테 같은 생각으로 끝날지, 아니면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모아져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가능할 테지요,

우리가 걸었던 그 강에 저마다 특색을 가진 박물관이 들어서고,

한강 국립공원. 낙동강 국립공원, 금감, 섬진강, 영산강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강을 사랑하고 제대로 보존하는 마음들이 싹트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항상 꿈을 꾸게나, 꿈은 공짜라네.‘

나는 이 말을 좋아합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우리들이 걸었던 그 강에 기적 같은 일련의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겠습니까?

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도반들의 아낌없는 관심과

울력을 고대합니다.

 

 

20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