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그대는 어떤 사주팔자를 타고 났는가?

산중산담 2018. 4. 27. 00:06

 

그대는 어떤 사주팔자를 타고 났는가?

 

한 해가 마무리 되고 한 해가 시작될 때 가장 붐비는 곳이 점치는 곳과 사주팔자를 보는 곳이다. 여러 형태로 점을 치는 점쟁이 들이 있고, 사주를 가지고 운명을 예측하는 역술가易術家들이 있다.

역술가는 10개의 천간(天干:甲乙丙丁...)12개 지지(地支:子丑寅卯)를 조합해 연월시를 나타내는 사주팔자四柱八字로 운명을 점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그 역술가들이 세상의 인심을 흐리게도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하게도 하지만 지치고 힘든 사람을 달래주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무속 인이나 역술가들은 현대인들의 불안한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준 뒤 마음을 달래주는 심리상담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옛 사람들은 사주팔자라고도 하는 그 운명을 어떻게 보았는가?

중국의 고황제가 운명이라는 말을 징험하고자 하여 술객에게 명했다. 천하를 두루 다니면서 자기와 같은 동갑에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사람을 찾아서 서울로 데리고 올라오라는 명이었다.

어느 날 그와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사람을 찾아서 데리고 왔다.

고황제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에 사는 사람이냐?”

예 저는 시골에 사는 백성입니다.”

너는 부자로 사느냐?”

아닙니다. 가난해서 전답은 한 뙈기도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느냐.?”

다른 것은 없사옵고 다만 벌을 열 세통을 지는데, 해마다 벌통에서 나오는 꿀을 팔아먹고 삽니다.”

고 황제는 그의 말을 듣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구나. 나는 임금이 되어서 13개의 성을 내 치하로 두고 다스리고 있으며, 너는 백성이 되어 열 세통의 벌을 가지고 살고 있으니 너도 역시 하나의 황제라고 할 수 있구나. 벌이란 벌 통 한 개마다 임금이 하나씩 있게 되니, 비록 크고 작은 것은 같지 않지만 다 같이 통할 해 다스리는 데는 다를 것이 없겠구나. 그러니 누가 이 운명이라는 것을 미신이라고 해서 믿지 않을 수 있겠느냐.”

하고 그 사람에게 술과 밥을 후하게 대접했다.“

<황명소설>에 실린 글이다.

명나라 태조가 신하들에게 자기와 사주가 같은 사람을 찾아오라는 명을 내렸다. 그러자 허름한 옷을 입은 거지같은 사람을 데리고 왔다.

명태조가 물었다.

그대는 평생 무슨 일을 하고 살았는가?”

저는 날 때부터 가난하고 미천하여 거지로 돌아다니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명태조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대와 나는 사주는 같은데, 나는 천자의 몸이 되고, 그대는 거지가 되었으니, 같은 사주를 타고 나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 현저히 다른 사람을 살고 있다는 말인가?”

그 말을 듣고 그 사람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는 밤마다 꿈에 천자가 되어서 궁궐과 성곽, 종묘와 백관의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폐하가 생시에 천자 노릇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말을 듣고 명 태조는 낯빛을 찌푸리면서 놀란 듯이 말했다.

천하에 운명이 있단 말은 과연 속일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대개 낯은 양이고, 밤은 음이 되게 마련이다. 나는 양계陽界를 좇아서 만승천하의 높은 지위를 누리게 되고, 너는 음계陰界를 좇아서 남면南面하는 낙을 누리게 되니, 나의 낯은 너의 곧 밤이고, 너의 낯은 곧 너의 밤이로다. 생각해보니, 하늘은 나를 양계를 다스리게 하고, 너는 음계를 다스리게 하였구나.“

명 태조는 그를 가까이 불러서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후한 상을 내려주었다고 한다.

성종임금이 일관日冠으로 하여금 자기와 같은 사주를 타고난 사람을 찾아오라는 명을 내렸다.

상한이라는 곳에 한 여인이 있는데, 집이 부유하고 서울에서 제일인데, 그 여인의 생년월일시가 임금과 같다는 것이었다.

성종의 그 여인을 궐내로 불러들인 뒤 물었다.

너는 평생의 고락苦樂이 어떠하냐?”

미천한 저로서 무슨 특별한 고락이 있겠습니까? 다만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예민한 까닭에 아버지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미천한 집안에 태어난 것을 애석히 여겨서 주인집에 종 값을 지불하고 여진 남편을 골라서 시집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몸으로 역사책과 좋은 책을 보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성종은 궁금해서 그 여자의 지난 시절을일 자세히 물었다. 그가 종을 면한 것은 바로 성종이 임금으로 즉위한 해였고, 그가 남편을 잃은 해와 날짜는 곧 왕비가 승하하던 해와 날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성종이 다시 물었다.

그대의 모든 과거사는 나의 지난 경력과 비슷하구나. 그러니 세상에 운명이 잇다는 말을 이제 비로소 믿게 되었다.”

성종을 말을 끊고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단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나는 지금 후궁이 수십 명이 되는데, 너도 그 후궁()으로 나에게 들어오면 어떠냐?”

성종의 말을 들은 그 여인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

말씀드리기 황송하오나 저 역시 성품이 원래 번화한 것을 좋아하여 옛날 무후武后(측천무후)가 남첩을 둔 것과 마찬가지로 12, 3명의 남첩을 두고 있습니다.”

성종은 그 여인의 말을 듣고 나자 손뼉을 친 뒤 웃으며 말했다.“

이것까지 서로 같으니, 가위 남자 중에는 내가 있고, 여자 중에는 네가 있다고 하겠구나.“

이렇게 말한 성종은 그 여인에게 귀한 상을 내려준 뒤 돌려 보냈다고 한다.“

차천로가 지은 <오산설림>에 실린 글이다.

세상의 인간이 7십억을 넘었다. 한 날 한시에 태어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 그 사람들의 운명이 같다면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그러면 세상의 일이 뒤죽박죽이 될 지도 모르겠고, 기가 막힌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세상이 이 만큼이나 조용한지도 모르겠다.

저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저마다 다른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고 그래서 삶이 다양하고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나면 하룻밤 꿈과 같은 세상사, 그래서 서산대사 휴정의 시는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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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꿈을 나그네에게 말하고, 나그네는 꿈을 주인에게 말한다.

두 꿈을 말하는 나그네, 그 또한 꿈속의 사람이로구나.“

이미 정해진 운명이 있고 또한 정해지지 않은 운명이 있다고 한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란 사람의 운명이 정해져서

이것을 옮기고 바꿀 수 없다는 말이고,

이미 정해지지 않은 운명이란 세상에 변고變故 가 하도 많아서

미래를 예측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에서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만나야 할 사람들은 그것이 좋은 인연이든 악연이든 만나고 사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서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사주팔자를 타고 났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살고 있는가?

 

 

201823,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