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파도와 바람에게 묻고 싶은 말,

산중산담 2018. 4. 27. 13:13


파도와 바람에게 묻고 싶은 말,



 

며칠 째 잠시 사람을 만나거나 시장을 간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책 속에서만 살았다.

이 책, 저책, 펼쳤다가 다시 서가에 꽂고

다시 꺼내어 읽는 책들, 저마다 다른 이야기로,

내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아련한 슬픔이나 기쁨을 주기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살게 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이천 오백 년 전의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현대를 사는 사람이 그것도 모르냐고 은근살짝 비웃기도 하고,

! 대단한데!, 하면서 경찬하기도 하는

책속의 사람들은 견해차이는 있지만, 다툼은 없다.

요즘 내가 읽는 책들의 지향 점은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살아도, 살아도 모르는 것이 삶이고,

그 삶의 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또한 삶이다.

유태인들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탈무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사람 주위에는 온갖 동물과 벌레가 살고 있다. 쥐를 노리개로 삼는 고양이, 닭장에 숨어드는 족제비, 시늉을 잘하는 원숭이, 아양을 떨며 꼬리를 흔드는 개, 이렇게 사람 주위에는 동물과 벌레가 살고 있다.,...

그러므로 행동할 때는 자기가 동물이나 벌레를 닮지 않았는가를 자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들이 당신의 말을 옳다고 인정하면, 당신은 아무 것도 배우는 것이 없다. 남들이 당신의 잘못을 지적하면,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자기를 향상시킬 수도 있다.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은 동시에 자기 마음에도 상처를 입는다. 그러므로 남의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은 그 마음이 거칠어진다.

완전히 불운한 사람은 없다. 살아가노라면 행운도 반드시 찾아온다. 인생에서 행운과 불운은 배의 밸레스트(배의 안정을 위해 배 밑에 싣는 모래나 돌) 와 같은 것이다.

마음과 몸,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사람의 몸은 작다. 그러나 전 세계를 덮을 만큼 큰마음을 가질 수 있다.

자기 마음의 밑바닥까지 알아 낼 수 있다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낸다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은 왜 사람에게 죽음을 주었을까? 만일 사람이 불사신이라면 자기가 하느님이라고 착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있다. 죽었더라도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 인류는 사람을 영원하게도 하고, 금세 사라지면 자취가 없게도 한다.“

살고, 죽는 것, 문득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인데,

사는 것은 항상 어렵고, 죽는 것도 어렵다.

특히 자기가 자기를 알고자 해도 알 수 없는 것,

자기의 마음이 큰마음인지, 작은 마음인지 조차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

그래서 가끔씩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삶, 그것이 가끔씩 서럽고 쓸쓸할 때가 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선유도의 겨울,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걸으면서

밀려오고 밀려가는 그 파도에게, 바람에게 물어봐야겠다.

삶이란 무엇인가?

 

2018210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