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눈을 뜨고 있는 자의 꿈이다.
아가톤이 말석에 혼자 기대고 있다가 소크라테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생님, 이리로 제 곁으로 오세요. 선생님의 몸에 제 몸이 닿아, 저 집 문간에서 선생님의 머리에 떠오른 지혜로운 생각을 나누어 주세요. 분명히 선생님은 그걸 발견하셨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자리에 앉아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지혜란 것이 우리들 가운데서 그것이 충만한 사람으로부터 그것이 없는 사람 쪽으로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잔이 두 개 나란히 있을 때 물이 많이 든 잔의 물이 털실을 통해서 물이 적은 잔 쪽으로 흐르는 것처럼 말이야.
지혜가 만일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자네 곁에 있는 것이 매우 소중하다고 나는 생각하네. 내가 자네의 훌륭한 지혜로 차게 되겠으니 말일세.
내 지혜는 보잘 것 없고, 신통치 않아. 꿈이나 다름없지. 그러나 자네의 지혜는 찬란하고 또 급속히 자라고 있어. 얼마나 환하게 그것이 아직 젊은 자네한테서 튕겨 나오고 있는지,“
플라톤의 <향연>에 실린 글이다.
한 사람의 아름다운 지혜가 물이 흘러가듯 다른 사람에게 흘러가서 그 사람의 마음을 가득 채운 뒤 세상을 흠뻑 적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뺑??
가능할 것 같지 않지만 가끔씩 그렇게 될 때가 있다.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정제 되고 정화되어서 하나의 큰 이상으로 재탄생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오래 전 14년 전부터 나는 조선시대 옛길 6로인 통영대로와 제 7로인 삼남대로가 나뉘는 삼례나 전주 화전동에 삼남대로 길 박물관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세미나를 했으며. 그 내용을 송하진 지사님에게 얘기했었다.
그런데 어제, 지사님에게서 카톡이 왔다.
“송하진입니다. 언젠가 저한 테 준 아이디어. 길 문화관, 또는 길 박물관을 건립하는 용역을 실시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혹시 연락이 가면 많은 자료 부탁드립니다. 항상 건승하세요.“
말이 말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말이 말로 끝나지 않고, 실체로 다가온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영남대로 박물관이 문경새재 초입에 있기 때문에 도청이나 지역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삼남대로와 통영대로가 지나는 우리 지역에 길 박물관을 세우는 일이 어려울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단 그 안에 우리나라 옛길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그 땅을 걸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길에 대한 자료만 모아내면 잘 만들어진 길 박물관이 될 것이다.
“항상 꿈을 꾸게나, 꿈은 공짜라네,”
나는 그래서 꿈을 꾸고 또 꾸고 꿈속에서도 또 꿈을 꿀 때가 많다.
“어젯밤에 한 가지 꿈을 꾸었네.
꿈속에서 하나의 공空을 보았네.
아침이 와서 꿈 이야기 하려고
머리를 들다 또 공空을 보았네.
그러면 이 공이 그 꿈이던가,
혹은 그 꿈이 이공이던가,
한 바탕 뜬 인생 생각하나니
모두 이 꿈속에 지나지 않네.“
‘습득 시’에 나오는 것처럼 , 그 꿈이 꿈속에 꿈이 되고 말지라도
나는 꿈을 꾸고 또 꿀 것이다.
“길 박물관이 생기면 선생님에게 무슨 이익이 있지요?“
나에게 누군가 그렇게 물었다.
이익이 있어야 꿈을 꾼다. 그럴까?
하나의 꿈이 실현되는 것, 그것 자체가 큰 기쁨이 아닐까?
“희망은 눈을 뜨고 있는 자의 꿈이다.”
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말을 좋아하며
새벽에 나는 다시 다른 꿈을 꾸고 싶다.
2018년 3월 20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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