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것이 도대체 어떻다는 것인가?
어떤 사람에게는 매 순간이 기적이다.
매순간을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 순간을 깜짝깜짝 놀라며
마치 세상의 처음을 보는 것처럼 살아간다. 하지만
매 순간을 어제도 일어났고, 오늘도 일어났으며 내일도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매순간이 그저 다가왔다가 물러나는 파도와 같이
다른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하는 반복이라는 것으로 여긴 채
심드렁하게 그냥 살아갈 뿐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렇게 발버둥 쳐 산다고 해서
뭐가 그리 달라지겠느냐고 체념하면서 사는 삶,
그렇게 사는 것이 쉬운 사람과, 그렇게 사는 것이 어려운 삶,
그 두 가지 삶 중에서 나는 후자의 삶을 견지해 살았고, 나이가 든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내가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책,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만사가 언제나 그 자신에게는 기적으로 온다.’고 믿는 사람이다.
조르바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나무와 바다와 돌과 새를 보고도 놀란다.
‘“이 기적은 도대체 무엇이지요?“ 그는 소리친다.
”이 신비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나무, 바다, 돌, 그리고 새의 신비는?”
그래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은 순간순간 기적이고,
나는 그 기적의 한 복판, 아니 우주의 한 복판에서
주재자主宰者로 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주관하면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주재자이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그 어느 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하나의 연약한 갈대 같은 존재가 바로 자신인 것이다.
그럴 때 느끼는 나 자신의 한심함에 가끔씩은 눈물이 고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가 불가능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만 해도
황송하고 고마운 것 또한 사실이다.
조르바가 카잔차키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요, 당신은 그 잘난 머리로 이해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건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딴 놈은 틀렸다.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당신 팔과 가슴을 봅니다.
팔과 가슴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침묵한다. 이겁니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아요, 흡사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것 같다.
이겁니다. 그래,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건가요., 머리로? 웃기지 맙시다.“
그래, 조르바의 말과 같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이 비극이 아니고 희극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인간의 진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의 논박할 수 없는 오류들이다.”
니체가 <즐거운 지식>에서 한 말은 옳다.
그래서 어느 것에도 동조하지 못하고 회의懷疑를 하고
또 회의를 하는 회의주의자들, 그 속에 내가 들어 있다.
그래서 대체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문제가 아니라는 말인가?
“지상은, 내 생각에는 짧다.
그리고 고통은 무한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이 일어난다.
그래서 대체 어떻다는 것인가?
내 생각에는, 우리는 죽을 수도 있으리라.
최고의 생명력도
파멸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래서 대체 어떻다는 것인가?
내 생각에, 천국에서도
동등하지 않는 것이 동등해진다.
거기에서는 새로운 등식이 유효하다.
대체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에밀리 디킨슨의 <짧은 생>이라는 시와 같이
세상의 그 누구도 확실한 것은 없다.
세상의 그 누구건 오면 간다.
그것만이 확실한 것,
그래서 지금 내가 이렇게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
그래서 그것이 도대체 어떻다는 것인가?
내가 나에게 묻고 또 묻는 질문이다.
2018년 4월 5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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