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눈앞이 캄캄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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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눈앞이 캄캄할 때가 있다.
몸이 아프거나 무슨 큰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떨리고, 답답한 것,
시간의 강물에 내 맡긴 내 삶이 무료한 탓일까?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앞길에 바다가 가로놓여將行有河海
건너려 건너려도 뱃길조차 끊겨있네將涉無舟航
이리 생각 저리 생각 생각만하다가要見我所思
거리에서 방황하네, 나 어디로 갈까?欲往還彷徨
전설에 나오는 돛대도 없네才非傳說楫
세상운수 아직도 까마득하다만世運亦未昌
가만히 몸 숨겨 때를 기다리리라潛光且?命
주책없이 움직이면 화를 받으리니妄動遭禍殃“
고려 후기의 문신이자 문장가인
이달충李達衷의 <유감有感>이라는 시 전문이다.
살다가 보면 이런 시절이 있을 것이다.
어딘가로 가고자 하지만 갈 곳도 없고,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쌓이고 쌓인 설움과 분노를
다 털어놓을 수도 없는, 그런 때,
그 때가 자신 속으로 무심하게 들어가는 때이기도 하지만,
그 때가 제대로 길을 잃는 때일 수도 있다.
‘길은 잃을수록 좋다.‘
내가 좌우명이라고 말하는 그것이 그때는 사치이자,
거추장스런 걸림돌이 되는 순간이다.
길에서 길을 잃고 길을 찾다가 다시 잃고
길 위에서 비바람 눈보라 맞으며 오랜 나날을 방황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자신도 몰랐던 자기 자신의 실체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 나날 길을 잃고 헤매었는데도,
나는 다시 길 위에서 길을 잃고 길을 찾아서 길 위에 선다.
그게 내 삶이다. 더도 덜도 아닌 내 삶,
자연스럽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과 마음을 맡긴 채
길을 나서면 길이 여러 곳으로 뻗어 있음을 본다.
여러 갈래로 뻗은 길이 어느 순간에 하나로 만나는 것이 보이고,
그 길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는 한 사내가 보인다.
그 사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디선가 낯익은 사내,
그 사내가 바로 나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먼 길을 걷고 또 걸었어도 종점은 아직도 멀기만 하고,
따사로운 햇살 내리 쬐이는 항구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갈 것인가? 나여, 하고 헤매는 길이여!
길은 도대체 어디로 뻗어 있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2018년 4월 4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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