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6

그래서 그것이 도대체 어떻다는 것인가?

산중산담 2018. 4. 27. 13:57


그래서 그것이 도대체 어떻다는 것인가?


 

어떤 사람에게는 매 순간이 기적이다.

매순간을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 순간을 깜짝깜짝 놀라며

마치 세상의 처음을 보는 것처럼 살아간다. 하지만

매 순간을 어제도 일어났고, 오늘도 일어났으며 내일도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매순간이 그저 다가왔다가 물러나는 파도와 같이

다른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하는 반복이라는 것으로 여긴 채

심드렁하게 그냥 살아갈 뿐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렇게 발버둥 쳐 산다고 해서

뭐가 그리 달라지겠느냐고 체념하면서 사는 삶,

그렇게 사는 것이 쉬운 사람과, 그렇게 사는 것이 어려운 삶,

그 두 가지 삶 중에서 나는 후자의 삶을 견지해 살았고, 나이가 든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내가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책,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만사가 언제나 그 자신에게는 기적으로 온다.’고 믿는 사람이다.

조르바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나무와 바다와 돌과 새를 보고도 놀란다.

‘“이 기적은 도대체 무엇이지요?“ 그는 소리친다.

이 신비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나무, 바다, , 그리고 새의 신비는?”

그래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은 순간순간 기적이고,

나는 그 기적의 한 복판, 아니 우주의 한 복판에서

주재자主宰者로 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주관하면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주재자이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그 어느 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하나의 연약한 갈대 같은 존재가 바로 자신인 것이다.

그럴 때 느끼는 나 자신의 한심함에 가끔씩은 눈물이 고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가 불가능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만 해도

황송하고 고마운 것 또한 사실이다.

 

조르바가 카잔차키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요, 당신은 그 잘난 머리로 이해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건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딴 놈은 틀렸다.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당신 팔과 가슴을 봅니다.

팔과 가슴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침묵한다. 이겁니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아요, 흡사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것 같다.

이겁니다. 그래,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건가요., 머리로? 웃기지 맙시다.“

 

그래, 조르바의 말과 같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이 비극이 아니고 희극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인간의 진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의 논박할 수 없는 오류들이다.”

니체가 <즐거운 지식>에서 한 말은 옳다.

그래서 어느 것에도 동조하지 못하고 회의懷疑를 하고

또 회의를 하는 회의주의자들, 그 속에 내가 들어 있다.

그래서 대체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문제가 아니라는 말인가?

 

지상은, 내 생각에는 짧다.

그리고 고통은 무한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이 일어난다.

그래서 대체 어떻다는 것인가?

 

내 생각에는, 우리는 죽을 수도 있으리라.

최고의 생명력도

파멸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래서 대체 어떻다는 것인가?

 

내 생각에, 천국에서도

동등하지 않는 것이 동등해진다.

거기에서는 새로운 등식이 유효하다.

대체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에밀리 디킨슨의 <짧은 생>이라는 시와 같이

세상의 그 누구도 확실한 것은 없다.

세상의 그 누구건 오면 간다.

그것만이 확실한 것,

그래서 지금 내가 이렇게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

그래서 그것이 도대체 어떻다는 것인가?

내가 나에게 묻고 또 묻는 질문이다.

 

201845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