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을만한 꽃 있으면 당장 꺾으시게.
꽃이 피는 봄날인가 싶더니
금세 바람 불고 비 내리면서 겨울이 다시 온 것 같다.
바람결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피다만 꽃들이 행여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릴 것 같아,
애타는 마음이여,
이 또한 부질없는 마음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피어난 꽃망울을 바라보는 마음은 편치가 않으니,
그래,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거늘
때를 잘 맞추는 것도 때를 잘 못 맞추는 것도
그 또한 운명이지만,
되도록 그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대 비단옷 아끼지 말고
그대 젊은 날 꽃다운 시절을 아끼게나.
꺾을만한 꽃 있으면 당장 꺾으시게.
꽃 질 때 기다렸다. 빈 가지 꺾지 말게.“
勸君莫惜金縷衣 勸君惜取少年時
花開堪折直須折 莫待無花空折枝
당나라 때의 여류 시인 두추랑杜秋娘의 <금루의金縷衣>라는 시다.
내일 꽃 보러 간다고 하지 말고 오늘 당장 떠나야 하는데,
아니, 지금 주저치 말고 떠나야 하는데
왜 그리 못 가게 붙잡는 것들이 그리도 많은지,
하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그 또한 다른 누구나 무엇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에 붙잡혀 그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때 문득 원매袁枚의 <봄날에>라는 시가 떠오르지 않을까?
“어깨 위에 백발을 서리처럼 드리우고
이 봄 보내는 쓸쓸한 마음
밤 이슥토록 모란꽃 지켜보는 것은
반은 꽃 서러워 반은 나 서러워서라네.“
밤이 깊은데, 여기저기서 꽃 피고 꽃 지는 소리
봄밤이 이리도 빠르게 흐르고 있는데,
봄 눈이 내리고,
꽃잎처럼 꽃눈이 흩날리고,
그 길을 걷는 사람들,
꽃 눈속에 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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