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6

꺾을만한 꽃 있으면 당장 꺾으시게.

산중산담 2018. 4. 27. 13:59


꺾을만한 꽃 있으면 당장 꺾으시게.


 

꽃이 피는 봄날인가 싶더니

금세 바람 불고 비 내리면서 겨울이 다시 온 것 같다.

바람결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피다만 꽃들이 행여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릴 것 같아,

애타는 마음이여,

이 또한 부질없는 마음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피어난 꽃망울을 바라보는 마음은 편치가 않으니,

 

그래,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거늘

때를 잘 맞추는 것도 때를 잘 못 맞추는 것도

그 또한 운명이지만,

되도록 그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대 비단옷 아끼지 말고

그대 젊은 날 꽃다운 시절을 아끼게나.

꺾을만한 꽃 있으면 당장 꺾으시게.

꽃 질 때 기다렸다. 빈 가지 꺾지 말게.“

勸君莫惜金縷衣 勸君惜取少年時

花開堪折直須折 莫待無花空折枝

당나라 때의 여류 시인 두추랑杜秋娘<금루의金縷衣>라는 시다.

 

내일 꽃 보러 간다고 하지 말고 오늘 당장 떠나야 하는데,

아니, 지금 주저치 말고 떠나야 하는데

왜 그리 못 가게 붙잡는 것들이 그리도 많은지,

하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그 또한 다른 누구나 무엇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에 붙잡혀 그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때 문득 원매袁枚<봄날에>라는 시가 떠오르지 않을까?

 

어깨 위에 백발을 서리처럼 드리우고

이 봄 보내는 쓸쓸한 마음

밤 이슥토록 모란꽃 지켜보는 것은

반은 꽃 서러워 반은 나 서러워서라네.“

밤이 깊은데, 여기저기서 꽃 피고 꽃 지는 소리

봄밤이 이리도 빠르게 흐르고 있는데,


봄 눈이 내리고,

꽃잎처럼 꽃눈이 흩날리고,

그 길을 걷는 사람들,

꽃 눈속에 꽃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