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자료 모음

금강 무릉도원 길을 걷는다,

산중산담 2013. 5. 1. 22:42

금강 무릉도원 길을 걷는다,

 

계사년 봄, 봄꽃 속에 몸과 마음을 들이밀고자 금강으로 갑니다. 말 그대로 무릉도원 길, 복사꽃이 강이며, 산이며 길을 뒤덮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지 않으면 일 년이 가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 그곳으로 갑니다. 그곳이 그곳만이 나지요. 용포리에서 남대천에 이르는 길은 우리 땅 걷기에서는 처음 가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봄날 복사꽃, 조팝 꽃, 벚꽃, 을 비롯, 온갖 꽃들이 무리지어 피는 그곳에서 보내는 하루는 세상을 잊는 그런 추억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봄이 온다,’ 그것도 겨울이 유난히 추워서 오매불망 기다린 봄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그것도 4월 둘째 주 주말에 안가면 좀이 쑤시고 몸살이 나는 곳, 그곳에 가면 우선 기부터 막힌다.

꿈에서도 생시에서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저절로 경탄이 나오는 그런 장소를 만날 때가 더러 있다.

 

이 때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저절로 시인이 되고 어린이가 되고, 신선이 되는 그런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야말로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을 갈파한 괴테는 <에커만과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지고至高의 것은 경탄驚歎이다. 인간은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려고 하지만, 그것은 헛된 일이다. 그것은 마치 거울을 처음 본 어린애가 거기에 비친 물상物像들이 신기로워서 그 뒤에 무엇이 있는가하여 뒤집어 보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연둣빛으로 물드는 강이 있고, 흐르는 강물소리가 가슴팍을 적시고 지나가는 강변을 따라가다가 보면 어느덧 시간이 멈춘 자리 ‘무릉도원‘이 펼쳐지는 곳, 그곳으로 가는 길에 봉길리 벼리길이 있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정으로 쪼아 만든 벼리길이 문경의 관갑천잔도나 창녕의 개벼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곳 부남면 금강 변에 있는 것이다. 벼리아래는 새파란 강물이 유장하게 흐르고 버드나무와 철쭉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길, 이 길을 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강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그 지난한 삶을, 이렇게 가파른 벼랑에 길을 내야만 살 수 있었던 그 질곡의 삶을,

 

그림 같은 개벼리 길을 앞서간 사람들이 마치 그림처럼 휘돌아가고 멀리 보이는 상사바우는 상사병에 걸린 처녀가 굿을 해도 낫지 않으면 이 바위에서 몸을 던져 죽었다는 슬픈 사연을 안고 있다.

또 이곳에는 사모관대를 쓴 것 같은 신랑바우와 마치 족두리를 쓴 것처럼 보이는 각시바우가 마주보고 있어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마을이 금강 상류에 둘러싸여 있어 마치봉황의 집처럼 보인다는 봉길鳳吉리는 봉소라고도 부르는데, 멀리서보면 문득 그곳에 들어가 살고 싶은 생각이 물씬 드는 땅이다.

 

그곳에서 봄 물드는 강변을 따라가다보면 만나는 곳이 바로 무주군 무주읍 용포리 잠두마을 건너편의 길이다. 야생복숭아꽃과 벚꽃, 그리고 조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어디가 길이며, 어디가 강이고 산인지, 분별할 수 없이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곳이다.“

 

봄 속에서 봄이 되는 그런 장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