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자료 모음

꽃 피고, 또 피는 남원을 다녀와

산중산담 2013. 5. 1. 22:43

꽃 피고, 또 피는 남원을 다녀와

 

남원에 다녀왔습니다.

지리산 자락에서 이름 봄꽃을 보며 고향을 알려주러 간 길,

운봉의 서어나무숲은 아직 헐벗은 나무 그대로였지만

조금 내려온 주천의 용궁마을은 완연한 봄이었습니다.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낸 쑥이며, 머웃대 잎사귀 위로 피어난 산수유 꽃,

그 노란 꽃들이 화사하게 세상을 수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꽃이 피면 그 꽃들에 정신을 놓고 꽃이 되어야 하는데,

이제 막 피어난 꽃들을 보며 시들고 말 것을 염려하는 내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던지,

술꾼도 아니면서 꽃을 보며 한 잔 술을 그리다가 문득 떠오른 시가

이백의 <술 한 잔 하면서>라는 시였습니다.

 

“봄바람 동쪽에서 불어와 휙 가버리고

금 술통에 맑은 술 찰랑 거리네

꽃잎은 펄펄 하염없이 지는데

어여쁜 사람 고운 얼굴 불그레 상기되었네.

동헌 뜰에 핀 복숭아 오얏 얼마나 가랴?

세월은 아랑곳 하지 않고 흘러만 가네

그대 일어나 춤을 추시게

해가 저무네.

젊은 시절 내사 세속과 어울리지 않았던 터

백발이 다 되었다손 탄식할 게 뭐 있으랴!“

 

나 역시 젊은 시절 세속과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지

세속적으로 놀 줄도 모르고, 그래서 심심하기가

소금도 타지 않은 무국과 같다고 할까?

하지만 세상은 누가 뭐래도 가고 또 가는 것,

흐르는 세월 속에서 못내 아쉬움만 더하는 것이

강물이 흐르면서 넓혀지고 깊어지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왕기王幾의 말이 더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지도 모릅니다.

 

“외물外物을 추구하느라 얽매어 오고 감을 안타까워하고,

세상에 받아들여지는 것 없음을 슬퍼하는 것은 세상에서 쓸모없는 것이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르게 태어났고, 어느 날 문득 돌아갈 것인데,

인생길을 가로막는 것들이 어쩌면 그리도 많은지,

이 밤이 가고 또 하루가 시작되면 또 무엇이 내게 다가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근심들을 던져주고 갈 것인지,

 

계사년 삼월 스무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