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자신만의 걸음걸이로 걸어가라.
사람은 저마다의 성격이 다르듯 걸음걸이가 다르다.
그런데 그 사람의 걸음걸이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품성을 알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런 이론을 편 사람이 조선 후기의 철학자인 최한기崔漢綺였다.
최한기는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의 후원자이자 실학자로
수많은 글을 남겼는데, 그 중에 한 편이 <걸음>이라는 글이다.
“행동이란 온 몸이 가지는 태도가 나타나는 것이어서, 이목구비耳目口鼻나 사지四肢로 길흉을 알아내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착한 사람의 걸음걸이는 배가 물에 흘러내리듯 하여 몸은 신중하고 다리는 가벼우며, 착하지 못한 소인의 걸음걸이는 불이 타오르듯 하여 몸은 경솔하고 다리는 무겁다.
그러므로 걸음걸이는 머리를 뒤로 제치고 다리를 구부리지 말아야 하고, 또 몸을 비틀어 꺾어서도 안 된다. 걸음이 지나치게 높으면 오만하고, 지나치게 낮으면 비굴하며, 지나치게 급하면 난폭하고 지나치게 더디면 느리다.
주선周旋과 진퇴進退가 각각 절도에 맞고 거동이 단정하여 남이 보고 감동하며, 행동거지가 조용하여 남의 눈에 거슬림이 없는 것은 모두 귀격貴格의 행동이다.
사지가 제각기 움직이고 삼절三節이 구부정하며, 발을 끌어서 느리게 옮기거나 몸이 나아가면서 곧 바로 가지 않으며, 좌우를 훔쳐보아 마치 무슨 물건을 도둑질할 생각을 품은 듯, 하면 좋지 않다.
또한 걷다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것은 심정이 놀라거나 산란한 것이며, 까치가 뛰는 듯 깡충깡충 걷거나 뱀이 기듯 꾸물거리는 것은 모두 좋지 못하다.
대개 행보行步의 동작動作이 귀천과 직접 관계되는 것은 아니나. 선악은 걸음걸이 사이에 자연스레 나타난다.
귀천은 또 행동에서 얻어지는 것이니, 행하는 일이 선하면 참다운 걸음걸이요. 천하면 행보의 동작이 비록 귀격貴格이라도 이것은 실로 천한 걸음걸이다."
걸음걸이가 올바른 사람이 올바른 사람이라는 이야기이다.
나는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 사람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 걸음 역시 귀격이거나 참다운 걸음걸이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최한기 선생이 말한 그 걸음걸이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걷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이런 저런 말을 건넨다.
춤을 추는 것 같다느니, 술에 취한 사람 같다느니,
또 어떤 사람은 정도가 없이 흐느적흐느적 한다느니,
이런 저런 말을 듣기는 하지만 그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걷기 도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익숙해진 걸음걸이를 어떻게 바꾸겠는가?
그냥 자기 식대로 걷는 것, 그것이 가장 잘 걷는 것이다.
걷는 것에도 공식이 있거나 철자법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그 법칙을 준수하고 살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오랜 시간에 걸쳐 터득한 그 걸음걸이로
이 세상을 걸어가면 된다.
걷는 것에 왕도가 없다. 그러므로 ‘걷기지도자’라는 말이나
걷기를 가르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자기만의 노하우로 터득한 그 걸음을 고수할 것,
이것은 신념의 문제다. 나를 고집해야 하는데
자기가 자기의 걸음걸이를 부정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자! 나도 당신도, 자신만의 길을 자신만의 걸음걸이로 걸아서 가자.
가다가 멈추어야 하는 그 날 그 시간까지.
2017년 2월 9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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